4월 21일 제주KBS TV에서 방영된 4.3 프로를 보고나서는 이런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방송은 태생적으로 대세(大勢)를 쥔 자들의 나팔수 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팔자인가라는 느낌이었다. 4.3사건의 한 축이었던 김익렬을 주인공으로 다뤘던 이 프로그램은 공영방송이라는 KBS가 제작하고 고명하신 학자와 교수들이 발언을 보태고 있었지만, 이 프로그램은 누구를 위해서 무엇 때문에 왜 만들었는지, 진정 이 프로그램의 제작 목적을 의심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프로그램은 왜곡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방송은 김익렬에 대한 과도한 윤색을 했다. 방송에서는 김익렬에 대해서 4.3의 평화를 한몸에 걸머진 평화의 사도인 것처럼 과장하고 확대하고 있지만, 4.3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김익렬은 4.3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이다. 

 김익렬은 4.3사태를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던 초기에 진압작전을 지연시키며, 인민유격대에게 정보와 무기를 제공하면서 4.3을 폭동의 길로 인도하는 역할을 했던 결정적 책임자이다. 김익렬은 김달삼, 이덕구와 더불어 4.3을 유혈로 얼룩지게 한 3대 장본인이다.

 김익렬은 김달삼과 면담을 회고록으로 남겼다. 김익렬의 회고록은 80년대에 좌경화의 세례를 받은 기록이었다. 그리고 역사를 뒤집기에 혈안이 되었던 좌익정권의 입맛에 딱 맞는 것이었다. 김익렬은 살아서 비겁했지만 죽어서는 영웅이 되었다. 평화회담에 나섰다는 회고록을 바탕으로 온갖 정체불명의 단체에서 영웅 만들기에 나선 것이었다. 

 그러나 김익렬 회고록은 순전히 ‘구라’였다. 김익렬은 김달삼과 면담한 기록으로 기고와 유고를 남겼다. 이 프로그램에도 등장하는 김익렬의 기고록이 아이러니하게도 김익렬 회고록의 허구를 깨부수는 망치였던 것이다. 그러나 기고록에 대해 발언하는 사람들의 지적 양식은 의심스러운 것이었다. 저 사람들이 과연 김익렬의 기고를 읽어나 본 것인지, 저 사람들이 과연 학자들이 맞는 것인지, 발언자들의 정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뭐니 뭐니 해도 제주 사람들 10분의 1이 주민집단학살의 형태로 죽었다는 거예요” -서중석 교수

 머리가 희끗한 서중석 교수는 역사에 해박한지는 몰라도 숫자에는 어두운 모양이다. 서중석 교수에게 묻고 싶다. 서중석 교수가 생각하는 4.3 희생자는 얼마이며 4.3 당시의 제주도 인구는 얼마인가. 교수라면 돈을 받고 대사를 읊조리는 연예인과는 뭔가가 달라도 하나는 달라야 할 게 아닌가.

“(기고와 유고가) 큰 부분에서는 어긋나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되어 집니다” - 박찬식 역사학자

 이 발언은 이 프로그램의 발언들 중에서 가장 황당한 왜곡의 하이라이트다. 나는 이 양반이 정식 역사학자가 아니라는 데에 담배 한 갑을 걸겠다. 김익렬의 기고와 유고는 가장 중요하고 큰 부분에서 발언이 어긋나고 있다. 김익렬의 유고를 바탕으로 소설을 썼던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일 정도로 기고와 유고에서 김익렬의 발언은 횡설과 수설로 직각 교차한다. 박찬식 씨는 어느 나라에서 역사를 배운 학자인가. 역사학자가 맞다면 박찬식 씨는 이 발언에 대해서 제대로 된 근거 제시를 하든가, 아니면 감자밭에 검질이나 매며 노후를 보내야 할 것이다.

 박찬식 씨에게는 ‘김익렬의 미스테리’라는 글의 일독을 권한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글에 있는 단락 중에 ‘김익렬의 유고와 기고’를 읽다보면 박찬식 씨가 얼마나 부끄러운 발언을 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협상 날짜가) 그 자체로선 별 의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28일이 맞는지 30일이 맞는지 부분은 한쪽의 오기라고 생각합니다. 이틀 차이로 큰 변화를 갖는 건 아니기 때문에 그 자체를 가지고 방향이 틀어진다든가 하는 걸로 판단하기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고려대 강사 김무용

 김무용 강사는 세상 참 편하게 사는 사람이다. 잘못된 것이 나오면 그저 ‘오기’다하고 넘어가 버리는 방식으로 세상살이를 살고 있다면, 김무용 씨가 강사 딱지를 떼는 날은 수십 년 후에나 찾아 올 것이다. 김익렬 유고의 4.28이라는 날짜는 며칠 후 오라리 사건과 맞물리며 4.3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숫자이다. 김무용 강사는 공부를 더 할 필요가 있다.

“김익렬의 평화주의적인 정책들은 이전의 4.3토벌 지휘관에선 나오지 않았던 정책이란 말이죠” -고려대 강사 김무용

 아! 우리의 김무용 강사께서는 기어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김익렬 이전에도 선무공작은 진행되고 있었다. 다만 인민유격대의 살해 협박에 못이겨 선무 책임자가 자주 사임했을 뿐이고, 선동에 취한 4.3진상규명 위원회에서는 침소봉대로 무시했을 뿐이었다. 언급한 토벌지휘관이 군인에 한한 취지의 발언이었어도 김무용 씨의 바닥은 어쩔 수 없다. 4.3은 김익렬 연대장 당시에 발발한 사건이다. 그래서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전의 4.3토벌 지휘관’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다.

 사문난적(斯文亂賊)의 시대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는가.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교수 학자라는 양반들이 언사에는 논리도 없고 근거도 없다. 이들이 보여주는 이 괴기하고도 요상한 퍼포먼스는 바로 4.3의 권력, 4.3은 절대 무오하다는 오만을 상징하는 것이다.

 사람의 욕망을 가장 기초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양심과 체면이다. 그러나 권력에 취한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없다. 그리고 이것이 일상화 되었을 때 국민을 무시하고 상식을 무시한다. 그리고 이것에 대한 저항이 없을 때 이들은 방송을 통하여 국민의 의식을 세뇌시키고 조종하려 든다. 제주KBS의 4.3방송은 이런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권력과 방송의 불륜을 보는 듯했다.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시대는 언제쯤에 끝날 것인가. 상식과 역사가 실종되어버린 프로그램을 무차별적으로 안방으로 송출하는 것은 테러이다. 방송에는 이런 몰상식과 몰염치를 걸러주는 최소한의 여과장치도 없는 것인가.

 일개 소시민으로서 나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개 소시민보다 얕은 학자적 양식과 기본적인 지적 양심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 역사학자라는 간판을 붙인 것에 나는 분노한다. 편향적이고 일방적인, 상식과 역사가 실종된 프로그램을 무차별적으로 방출하는 방송에 공영방송이라는 간판을 붙인 것에 나는 눈노한다. 이런 것들에게 나의 혈세가 쓰였다면 반납을 요구하는 바이다.

 서중석 교수의 발언은 우리의 근대사에 면면히 흐르는 좌익의 선동문구를 그대로 따라 하는 수준이라는 것에서, 김무용 강사의 발언은 아직 학문적 성취가 미달이라는 부분에서, 나는 이 두 사람보다는 박찬식 역사학자에게 그 학자로서의 책임과 본분을 요구하는 바이다.

 박찬식 씨는 이 프로그램에서 “(기고와 유고가) 큰 부분에서는 어긋나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되어 집니다”라는 발언한 것에 대해서 게시판에서 공개토론을 제의하는 바이다. 박찬식 씨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자기 발언에 대한 근거에 대해서 증빙을 해야 할 것이다.

 제주KBS나 도청, 신문사 등의 인터넷 게시판이나 장소는 어디에서든 상관없을 것이다.

참고로 이 글을 쓴 사람은 제주도의 소시민으로서 전문적 학문의 소양을 갖추지는 못했다. 그러나 사슴을 가르켜 말이라 부르지 못하고, 이런 거짓에 저항하는 용기는 있다. 나는 언제든지 박찬식 씨에게 사기꾼이라고 부를 준비가 되어있다.

제주도 도민 김동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