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호준 기자의 박사학위 논문.

제주지역 대학 박사학위 논문으로 4.3을 다룬 것은 첫 시도다.

허호준 한겨레신문 지역팀 기자는 19일 제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 제목은 '냉전체제 형성기의 국가건설과 민간인학살, 제주4.3사건과 그리스내전의 비교를 중심으로'.

그는 제주4.3사건을 지역문제로 좁히지 않고 '국제적 사건'으로 확대시켜 분석한다.

냉전의 시작이라는 이념적인 움직임 속에서 발생한 민간인 학살로 접근한 것이다.

또 그리스 내전과 제주4.3사건을 비교분석하는 기법을 쓴다.

1946년 3월부터 1949년 10월 종결된 그리스 내전과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진행된 제주4.3사건.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냉전체제가 시작되는 과정에서 미국이 패권적 팽창을 하는 과정에서 초래한 사건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지리적 여건도 비슷했던 상황을 그는 근거로 제시한다.  

미국에게 그리스는 소련의 지중해 진출을 막아야 하는 전략적 요충지였기 때문.

한국도 동아시아에서 '반공의 보루'를 구축하기 위한 '반공-우익 정권'을 만들어야 하는 공간이었다는 게 그의 논리다.

필자는 주한미군이 4.3사건이 일어나자 제주를 '동양의 그리스'로 비유한 점에도 주목한다.

그리스가 유럽에서의 이념대결 장이었다면 남한은 동아시아 이념대결의 공간이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제주 4.3 사건을 미국의 대소봉쇄정책의 연장선상으로 봤다.

미-소간 이데올로기적 투쟁이 폭력으로 번진 사건이라는 진단이다.

이 논문은 각종 미국신문과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등 아시아권 신문,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의 제주4.3사건 관련 논의 내용, 미군정장관과 미국 상원의원의 회고록 등을 연구자료로 활용해 기존 4.3연구 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제주 4.3사건과 전 세계 각국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 비교 연구 가능성을 열었다는 기대도 받고 있다. <제주투데이>

<강정태 기자 / 저작권자ⓒ제주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