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에서 신원이 확인된 4.3희생자 유해를 유족들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개별통보’해 4.3 62주년을 맞아 논란의 불씨로 떠오르고 있다.

아울러 신원이 드러난 유골은 서귀포 희생자로 밝혀져 추가 진상조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국 시신처리 ‘무성의’=지난달 4일 제주도4.3사업소는 유전자(DNA)분석으로 유해 13구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유해처리는 직계가족에 전적으로 맡기면서 해당 유족도 반발하고 있다는 것.

형의 유해를 찾은 양모씨(63.남원읍)는 “개별통보는 유족이 알아서 시신을 수습하라는 말인데, 당국이 중심을 잡아서 4.3평화공원에 안치하도록 유족을 설득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양씨는 이어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민간인 집단학살을 규명하는 역사의 증거나 다름없다”며 당국의 안일함을 성토했다.

4.3연구소 관계자도 “신원 확인 유해는 국비 42억원을 들인 집단 유해발굴사업의 성과이자, 제주대 및 서울대 법의학교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라며 “62년만에 밝혀진 진실을 개별처리할 것인지, 역사의 산교육장으로 조성할 것인지는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4.3평화공원에 발굴유해 봉안당(위령묘역)을 설치함에도 불구, 유골 처리를 유족에게 전적으로 맡기면 위령묘역 조성 의미도 퇴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2의 학살터 가능성=정작 신원이 확인된 13구의 유해 모두 4.3당시 서귀포(서귀.중문.남원면) 예비검속 희생자라는 이외의 결과가 도출됐다.

지난 2007년부터 1년간 제주공항 남북활주로 서북측 집단학살터에서 벌인 1차 유해발굴은 제주북부(제주읍.조천면.애월면) 예비검속희생자가 나올 것으로 각종 증언과 사료수집을 통해 제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123구의 발굴 유해 중 신원이 확인된 13구 전원이 그동안 행방을 몰랐던 ‘서귀포 희생자’로 밝혀졌다는 것.

발굴에 참여한 관계자는 “활주로 반경 75m 안에선 당시 항공법상 발굴을 하지 못했는데 증언과 목격내용을 보면, 제주북부 희생자들은 남북활주로 밑 또는 근처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양용해 제주북부희생자회장은 “133명의 희생자들은 비명에 이름만 새겨져 있어 단 한 구의 시신이라도 찾아야 4.3의 실체가 규명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편 서귀포예비검속은 서귀면 14명, 중문면 44명, 남원면 22면 등 3개면 80명으로 서귀포시내 창고에 갇혔다가 1950년 7월 29일 군트럭에 실려간 뒤 행방불명됐다.

그러나 제주공항 학살터에서 나온 유해 중 13구가 이들로 확인돼 62년만에 새로운 진실이 밝혀졌다.
<좌동철 기자>roots@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