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국제공항에서 진행된 유해발굴 사업에 대한 보고회가 6일 웰컴센터에서 열렸다. 많은 4.3유족들이 참석했다. ⓒ제주의소리 이미리 기자

3개년에 걸쳐 진행된 제주국제공항 남북활주로에서 집단 학살된 4.3유해 1차 발굴 결과가 발표됐다. 발굴된 123구의 유해 가운데 13구에 대한 신원이 밝혀졌다. 이들 대부분은 서귀.중문.남원 서귀포시 지역의 삼면 희생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4.3사업소(소장 양윤호)와 (사)제주4.3연구소(소장 김창후)는 6일 제주시 웰컴센터에서 100여명의 유족 및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보고회를 가졌다.

지난 2007년 8월부터 2008년 8월까지 1년간 남북활주로 서북측과 동북측 지점에 대한 1차 유해발굴에 대한 경과가 보고 됐다.

▲ 학살구덩이 전경 ⓒ제주4.3연구소 제공

# 123구 유해 중 13구 신원 확인…4.3 유족, '추가 채혈' 작업 속개 촉구

발굴 현장은 4.3 당시 군수 비축자재를 쌓아뒀던 곳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발굴 당시에도 군수 자재들을 거둬내는 작업이 우선해 진행됐다.

학살 지역은 남북활주로의 끝 부분에 해안선 방향으로 32.4미터 길이에 폭 1.2~1.5미터, 깊이 0.9~1.2미터의 지형이다. 크게 서측 구덩이와 동측 구덩이 그리고 교란층으로 나눠 발굴 작업이 진행됐다. 서측 구덩이에는 비교적 온전한 유해가 발견된 곳이다. 발굴 당시 유해들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손이 뒤로 묶여 있는 등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고 발굴 참가자인 조미영 씨가 밝혔다.

반면 교란층과 동측 구덩이는 공간이 협소한 곳에 많은 희생자들을 가둬뒀던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온전한 형태의 유해는 확인하기 힘들었으며 대부분 유골의 일부가 훼손되거나 뒤엉켜 있는 상태였다.

이같은 발굴과정에서 123구의 유해를 최종 확인했다. 식별 가능한 유해 123구는 감식팀 추정 개체수로서 당시 최소 피해자수를 의미한다. 안경과 빗, 목도장 등의 유류품 659점도 함께 발견됐다.

발굴된 유골은 제주대학교 의과대학으로 운구돼 신원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네차례에 걸쳐 유가족 642명에 대한 채혈 작업이 진행됐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으로 이송돼 유전자 감식을 거쳤다. 유전자 감식과 함께 보철이나 골절 유무 등을 확인하는 체질인류학적 분석을 진행, 현재까지 13구에 대한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 유해수습 ⓒ제주4.3연구소 제공

# 서귀포 삼면지역 희생지역 확인…"'북부 예비검속' 희생자는 어디에?"…'추가 발굴' 조사 필요

특히 확인된 13구 중 9구가 삼면 희생자이고 2구가 백조일손 희생자, 나머지 2구는 유족회 비회원의 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발굴에 들어갈 당시부터 북부 예비검속 학살터일 것으로 예상했던 것을 뒤집는 결과여서 북부 예비검속 학살터에 대한 추가 발굴 조사 필요성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신원이 확인된 13구에 대해서는 유가족들에 개별 통보된 상태다.

▲ 유해노출 작업 ⓒ제주4.3연구소

이날 보고회에 참석했던 유족도 “수장됐다고 생각해 채혈을 하지 않는 유족들도 많다. 추가 채혈 작업이 필요하고 삼면유족들 가족들이 많이 발굴되는 것으로 봐서 삼면 유족들에 대한 집중 채혈을 우선적으로 해서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4.3유해발굴 중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4.3유해발굴에 대한 예산이 끊기면서 사실상 유해발굴 작업이 중단돼 추가 발굴 예산이 절실한 상황이다. 게다가 예상됐던 북부 예비검속 희생자의 유해가 확인 되지 않으면서 추가 조사발굴이 요청되고 있다. 작년 진행된 유해발굴 사업은 제주도 국회의원 3명이 추가로 확보한 예산 10억으로 진행된 것으로 추가 발굴을 위한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화북지역 1단계 유해발굴 작업에서 수습된 유해 11구 중 1구에 대한 신원이 확인됐으며 나머지 10구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진행중이라고 4.3연구소 쪽은 밝혔다. 또한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진행된 제주국제공항 2단계 2차 발굴 작업에서 발굴된 261구 중 141구에 대한 유전자 감식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4.3연구소 측은 이번해 말경에 이에 대한 추가 보고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