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62주년을 맞은 제주4.3사건으로 인해 어디서 어떻게 명을 마쳤는지, 어디에 묻혀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유해가 지금까지도 4.3의 아픔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제주국제공항 인근에서 발굴된 4.3희생자의 유해 중 13구의 신원이 지난 2월 확인됐다.

아직까지도 261구의 유해가 신원 확인이 되지 않은 가운데, 유해발굴단은 "희생자가 생전에 치아에 시술했을 '보철'이 중요한 단서"라며 깊은 관심과 적극적인 제보를 바라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대학교와 제주4.3연구소가 주관해 6일 오후 2시 제주시 웰컴센터에서 열린 '4.3희생자(제주국제공항) 유해발굴사업 최종보고회'에서 이같은 '바람'이 참석자들에게 건네졌다.

▲ '4.3희생자 유해발굴사업 최종보고회'가 6일 제주시 웰컴센터에서 열렸다. <미디어제주>     ▲ '4.3희생자 유해발굴사업 최종보고회'를 찾은 유족들. <미디어제주>

2007년 8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실시된 제주국제공항 유해발굴사업에서는 123구의 유해와 659점의 유류품이 발굴됐다.

유해발굴사업은 4.3사건으로 암매장된 희생자의 유해를 발굴해 신원을 파악하고, 진상을 규명하는 사업이다. 궁극적으로 진상 규명을 통해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

유해발굴단은 123구 중 유전자 감식을 통해 13구의 신원을 확인했으나, 나머지 110구에 대해서는 오는 6월말까지 체질인류학적 감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123구의 유해는 4.3당시 제주북부(제주읍.애월면.조천면) 희생자일 것으로 추정됐으나, 이 중 신원이 확인된 유해 13구는 서귀포 예비검속의 희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 신원 확인 중인 32구도 서귀포 희생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면 나머지 78구는 유전자 정보가 적거나 비교 대상인 유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이 지역에 묻혀있을 것으로 예상되던 제주북부 지역의 희생자들은 123구의 유해가 발굴된 1단계.2단계 지점 사이에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발굴에 참여한 관계자는 "이 지점 사이의 거리는 150m인데, 이곳은 남북활주로가 있어 당시 발굴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 신원 확인, 왜 더디나?...제주 사회 특성상 특정 유전자 공유

▲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강현욱 교수. <미디어제주>

이와 관련, 유해 감식의 책임을 맡고 있는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강현욱 교수는 "작은 가능성이라도 좋다. 생전의 골절 부분이나 보철 유뮤는 신원을 확인하는데 중요한 자료"라며 유족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주문했다.

사건사고에서 범인이 잡히지 않는 경우 흔히 '유전자'만 알아내면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강현욱 교수는 여기에 반론을 제기했다.

실제 한 유해에 대해 유전자 감식을 했으나, 체혈에 참가한 유족 중 한 두명이 아니라 많게는 몇십명까지도 유전자가 일치했다는 것. 또 다른 문제는 '유전자'라는 게 단일 개념이 아니라 '유전자', '상염색체', '성염색체'로 구분해 검식한다는 것이다.

이에 강 교수는 "제주사회의 특성일지도 모르겠으나 특정지역에서 특정 유전자가 공유되는 결과가 나왔다. 유해 한 구당 두 가족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면서 "유전자 하나만 가지고 누구라고 지적해 낼 수는 없다. 그래서 보철 유무를 파악하거나 상염색체 또는 성염색체 감식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식 과정이 길고 복잡해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유족에게는 더 이상 소요될 아픔도 남아있지 않은 게 사실.

이날 한 유족은 "언제까지 신원 확인 작업이 지속되냐"고 묻자, 강 교수는 "유족들의 나이도 나이니 만큼 시간이 촉박한 것을 알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나머지 110구에 대해 6월말까지 체질인류학적 감식을 끝낼 계획"이라고 답했다.

또 "6월에 체질인류학적 감식이 완료되면 10월까지는 유전자 감식이 일단락 될 것"이라며 "결과에 따라 추적 작업이 잘 된다면 내년 이맘때 쯤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제주4.3평화재단 사업비로 10억원이 증액되면서 4.3희생자 유해발굴 3단계사업 및 유적지 보전 및 정비사업도 원활하게 진행될 전망이나, 유족들의 마음은 하루가 아쉽다. <미디어제주>

▲ 4.3희생자 유족들의 '보철제보' 협조를 바라는 안내문. <미디어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