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혹했던 시절, 살아있는 지성으로 귀감이 된 다사함 김명식 시인. 그의 시들이 고향 후배들의 손으로 엮여 눈길을 끌고 있다.

문무병 김수열 강덕환 오승국 박찬식 김경훈 박경훈 등 제주의 문화예술계 후배들이 ‘김명식 시집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결성하고 김명식 시집 ‘사랑의 깊이’ 를 낸다.

이들은 “선생의 발자취가 역사의 뒤안길로 덧없이 사라지고 있음을 안타까워” 시집을 세상에 내놓는다고 출간사를 밝히고 있다.

   
▲ 지난 2009년 제주4.3 위령제에 참석했던 김명식 시인. ⓒ제주의소리DB
김 시인은 제주 애월읍 하귀리 출신으로 4.3연작시 ‘유채꽃 한 아름 안아들고’(1889) ‘한락산’(1992) ‘한락산에 피는 꽃들’(1994) 등을 통해 4.3 진상을 알려왔다.

서강대학과 동국대 등에서 정치 경제 철학 등을 공부했고 일본 등에서 유학 후 1980년대에는 제3세계를 연구하는 ‘아라리(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연구원’을 세우고 대학 강단에도 섰다.

그와중에 제주4.3사건과 미국의 책임관계를 저술한 4.3자료집 ‘제주민중항쟁’ 시리즈를 펴내고 옥고를 치렀다. 당시 이 책은 지니기만 해도 국가보안법에 저촉됐었다. 이책은 훗날 ‘제주4.3연구소’를 설립하는 단초가 됐다.

십여년 전 김 시인은 돌연 강원도 선이골로 옮겨갔다. ‘하늘말씀 배움터’를 세워 훈민정음 창제 이전의 우리 말 우리 글의 얼과 뜻을 가르쳤다.

다섯 자녀와 함께 전기도 들지 않는 산골에서 문명을 거부한채 살아온 김 선생은 어느날 제주에 있는 시인 김수열에게 원고 뭉텅이를 보내왔다. ‘검토 한번 해보라’는 글과 함께.

평소 두 시인은 편지로 소식을 건네왔었다. 김수열 시인이 받아든 종이 뭉텅이는 260편의 시. 김명식 시인이 변변한 원고지 없이 신문 삽지 귀퉁이에 볼펜과 연필로 하나하나 눌러쓴 시들이었다.

젊은 시절 제주4.3, 제3세계 문제 등 사회적 이슈를 시로 형상화해 오던 시인은 산골 생활 이후 보다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시를 써왔다. 이 시들 중 70여편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온다.

김수열 시인은 김명식 시인에 대해 “우리가 4.3을 입에 담기도 힘들던 시절 제주4.3민중항쟁 등 4.3관련 책을 소개해온 분”이라며 “엄혹한 세월, 민주화를 위해 상당히 노력하셨고 민주화 이후의 삶에서도 분단 극복 등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명식 선생의 삶이 젊은 세대에서부터 서서히 잊혀지는 게 안타까웠다”며 이번 시집 출판 취지를 설명했다.

후배들이 마련한 출판기념회가 오는 21일 오후 6시30분 제주시 건입동에 있는 제주문학의집에서 열린다.

지난 2009년 4.3 위령제에 참석, 눈길을 끌었던 김명식 선생이 3년만에 이날 행사를 위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