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사전 준비 소홀과 제주도의회의 경직된 예산심의 행태가 제주 4.3생존 희생자와 4.3유족들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고 있다.

제주도가 제주4.3 생존 희생자 및 85세이상 유족들을 대상으로 올해 처음으로 지원하는 ‘4.3 생활지원금’이 어수룩한 행정절차에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올 4.3 추념일을 넘겨 지원될 전망이다.

제주도는 23일 조례규칙심의회를 열어 ‘제주 4.3사건 생존 희생자 및 유족 생활지원금 지원조례안’을 의결, 제주도의회에 제출키로 했다.

이날 조례규칙심의회를 통과한 4.3생활지원금 지원조례는 제주 4.3생존희생자와 85세 이상 유족에게 매월 1인당 3만원의 생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제주도는 조례 시행일을 7월1일로 결정했다.

그러나 지난연말 제주도의회의 예산심의이후 이날 제주도의 조례제정까지 그 과정을 보면 제주 4.3유족 등에 대한 생활지원금 지급은 올 4.3추념일 이전에도 충분히 가능했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연말 제주도의회에 2011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4.3유족 등에 대한 지원금 명목으로 4억200만원을 편성, 승인을 요청했다.

제주도의회는 그러나 예산심의 과정에서 예산 편성 및 집행에 따른 ‘근거’가 없다면서 관련예산을 전액 삭감해 버렸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부랴부랴 관련조례 제정에 착수했으며 결국 이날에야 조례규칙심의회 의결을 마치게 됐다.

지난연말 4.3지원금 예산 편성 때 관련근거(조례 등)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제주도의 1차적인 책임을 차치하더라도 예산심의 과정에서 도의회가 ‘조례 제정 후 시행’이라는 이른바 조건부 승인만 선택했더라도 4.3유족들은 올 4.3추념일에 즈음해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근거 없는 예산은 삭감 한다’는 경직된 행태의 도의회 예산심의와 ‘근거 없이 예산편성과 집행이 어렵다’는 예산편성의 기본조차 무시한 제주도의 미숙함이 결국 1200명에 이르는 4.3유족들에 대한 생활지원금 지급을 늦추게 만든 것이다.

한편 제주도가 추산한 결과 4.3생활지원금 지급대상은 올해 1200명(6개월 소요예산 2억1600만원), 내년 1313명(연간 4억7300만원), 2013년 1404명(〃 5억600만원), 2014년 1521명(〃 5억4800만원), 2015년 1629명(〃 5억8700만원) 등 꾸준하게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