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가 4.3학살의 책임자인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기념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시는 구좌읍 송당리 소재 이승만 별장 부지에 '기념관' 설립과 별장 복원정비 등을 골자로 하는 복원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구좌읍 송당리 송당목장 내 이승만 별장 전경. ⓒ제주의소리

제주시가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으로 알려진 구좌읍 송당리 소재 ‘귀빈사’에 대한 정비와 활용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낡은 별장을 복원정비하고 역사기념관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그러나 제주4.3진상보고서가 4.3양민에 대한 무자비한 학살과 폭력의 최종 책임자로 당시 국가권력의 정점에 있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 있음을 정확히 명시하고 있는 만큼 기념관 설립 문제는 파장이 예상된다.

제주시는 등록문화재 제113호인 ‘제주 이승만 별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이승만 별장 종합정비계획 학술용역을 지난해 말 마치고 3월 현재 문화재청과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특히 시는 현재 사유지인 이승만 별장의 소유주인 (주)제주축산개발 측과 지난 1월 만나 이승만 별장에 대한 복원정비와 활용방안에 대해 협의는 물론 토지매수 협의를 벌이고 있지만 현재 소유주는 복원정비에는 동의, 토지매수에는 부동의하는 등 이견차가 뚜렷한 상황이다.

이승만 별장은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산 156번지(민오름 인근)에 자리잡고 있고, 1957년 미군의 지원으로 건축된 벽돌조의 소규모 귀빈사로서 대지 660㎡에 건물면적 234㎡의 1층 건물 한 채다.

당시 미국식 전원형 단독주택 형식으로 지어져 이국적 특징을 갖고 있는 건축물로 전 대통령 부부가 1957년과 1959년에 두 번 머물렀던 곳이다. 국가원수가 사용한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지난 2004년 9월4일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현재 별장 건물 내에는 5평정도의 전용 침실을 비롯해 응접실, 주방, 벽난로, 욕실, 수세식화장실, 원형식탁, 화장대 등이 녹슨 채로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4.3 당시인 1952년 군 지프를 타고 제주도를 순시중인 이승만 대통령. 뒷줄은 미8군 사령관 밴플리트 대장과 제1훈련소장 장도영 준장. ⓒ 국가기록원 소장.

시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추진한 학술용역 결과 등록문화재인 이승만 별장을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정비복원하고, 구조안전진단결과 D등급을 판정을 받아 건물보수를 시급히 실시해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보강 및 기반시설에 10억원, 기념관 조성과 공중화장실 등 기반시설 10억원 등 총 2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문화재청도 이 같은 시의 계획에 대해 소유주인 제주축산개발 측의 의견을 정확히 수렴해 추진 가능한 사업을 정확히 재정리해 신청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현재 사유지내에 있는 이승만 별장은 소유주가 토지매도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고, 건물 보수와 복원에만 동의한 입장”이라며 “소유주와 협의를 지속해 별장복원과 기념관 신축 등 문화재의 활용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이승만 별장 정비 및 활용계획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기념관' 설립 문제다. 국가원수가 사용했던 별장에 대한 복원정비를 통해 일반에 공개, 자원화하자는 취지야 이해되지만, 4.3학살의 책임자인 당시 최고 권력자에 대한 기념관을, 그것도 학살 현장인 제주 땅에 신축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선 납득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기념관’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뜻 깊은 일이나 훌륭한 인물 등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마음에 간직하기 위하여 세운 건물로 여러 가지 자료나 유품 따위를 진열하여 두는 곳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한국사에서, 특히 제주역사에서 훌륭한 인물로 평가받을만한 존재인지, 아니면 이승만 별장이 제주에서 어떤 뜻깊은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무래도 기념관 건립 계획은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4.3유족들은 “4.3당시 대부분의 제주도민들은 국가권력으로부터 무자비한 폭력과 학살에 짓밟혔다”면서 “그 책임이 일선 지휘관에 의한 자의적 결정이 아닌 권력 최고 핵심부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명령에 따른 것이었는데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니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것이냐”고 크게 격분했다.

시는 이승만 별장이 제주도 유일의 국가원수와 관련된 근대문화유산인 만큼 당시 소장품과 비품을 전시할 수 있는 기념관을 만들 계획이지만, 도민정서와는 크게 어긋난 것이라는 게 주된 여론이다.

여기저기서 화해와 상생의 미래를 얘기하고, 인권과 평화가 살아 숨 쉬는 제주도를 만들자고 한다. 4.3학살의 최종 책임자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기념관 설립추진을 담고 있는 이승만 별장 정비 활용계획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선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