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당시 대규모 집단학살지에 대한 유해발굴사업이 ‘사업비 0원’이란 벽에 부딪히면서 구천을 헤매고 있는 4.3영령들에게 후대들이 두번씩이나 ‘불효자’로 내몰리고 있다.

제주4.3 당시 대규모 집단 학살지였던 제주국제공항에 대한 세 차례의 유해발굴 사업이 마무리 됐다. 이것으로 지난 2006년 화북지역을 시작으로 진행된 제주국제공항 서북측과 동북측 등 대규모 집단 학살지에 대한 유해발굴 사업은 일단락됐다.

총 8곳에서 진행된 유해발굴 사업으로 60년 넘게 암흑 속에 묻혀 있던 유해 396구, 유품 2352점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유전자(DNA) 감식을 통해 총 71구가 이름을 되찾았다.

7일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2층 중강당은 총 4차례에 걸쳐 진행된 발굴 사업을 총정리하는 자리였다.

동시에 산적한 과제도 확인됐다.

중강당은 유족들의 볼멘 목소리가 가득했다. 특히 지난 2단계 1차로 제주공항 서북측에서 유해가 발견될 것으로 잔뜩 기대했던 ‘북부예비검속’ 희생자 유족들의 목소리가 컸다. 4.3 당시 정뜨르 비행장으로 희생자들을 태운 트럭이 10~12대가 들어 갔다는데 발견된 유해는 없다는 답답함 때문이다.

한 유족은 “북부예비검속자 희생자들에 대해 추가 발굴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묻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찾지 못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호소했다.

같은 심정을 가진 유족들의 제보도 이어졌다. 조천리 앞밭, 하가리 자운당, 한림 오일장 옛터 등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유해발굴 사업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김창후 제주4.3연구소 소장은 “대규모 집단 학살지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상태다. 다만 북부예비검속자에 대한 발굴이 필요한데 국제공항이라는 장소의 한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난관은 또 있다. 지난해 제주4.3 관련 예산이 삭감되면서 올해 발굴예산은 한 푼도 책정되지 않았다. 사업비 ‘0원’으로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김 소장은 “집단 학살지 뿐 아니라 1구, 2구가 묻혀있는 곳에 대한 추가 발굴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서 확인된 암매장지는 최근 하천변 확장 공사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제주4.3연구소는 유족과 목격자의 제보와 현장 확인을 근거로 시급하게 발굴조사가 이뤄져야 할 11곳을 선정했다.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너븐숭이’와 대정읍 구억리 ‘다리논’ 등이다.

김 소장은 “오늘 보고된 제주국제공항 동북측 발굴유해들 중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87구도 추가 예산과 시간만 있다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