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도화 할머니가 62년만에 되찾은 남편 유해를 찾아보고 있다.ⓒ제주의소리
"나 혼자 그 좋은 시절을 다 살았지"

27살 꽃다운 나이에 남편을 잃은 강도화(89) 할머니. 강도화 할머니가 62년만에 그토록 사무치게 그리워하던 남편을 찾았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26일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 봉안관에서 행방불명인 발굴 유해 봉안제와 봉안식을 개최했다.

이날 봉안식은 지난 1949년 불법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를 받아 집행된 희생자 48명 등 4.3희생자 유해발굴 사업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 영령들이다.

지난 2006년 제주시 화북지역에서 발굴된 유해를 포함해, 2007년 제주공항 서북측, 2008년 제주공항 동북측, 2010년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리에서 발굴된 396구다.

   
▲ 강도화 할머니와 아들 진규일씨ⓒ제주의소리
4.3의 광풍이 몰아치던 1949년 어느날 안덕면 서광리에서 남편과 함께 1남1녀를 키우던 강 할머니는 군경에 의해 남편이 끌려가 제주공항 정뜨르 부지에서 학살돼 암매장됐다.

또한 강 할머니는 남편 뿐만 아니라 시동생 등 가족 5명이 몰살되는 참극을 겪었다.

그런 모진 세월을 살아왔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지난 60여 년간 끝없을 흘렸을 눈물샘이 말라버렸을까? 강 할머니는 끝내 울지 않았다.

이날 강 할머니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픈 몸을 이끌고 아들 진규일씨(68)와 시동생 등과 함께 행방불명인 발굴 유해 봉안식에 참석했다.

강 할머니는 "당시 내가 27살, 남편(진재남)이 29살이었어. 안덕 서광리에서 갑자기 밤에 정뜨르로 끌려가 암매장당했다고 하더라고. 6살 딸과 4살 박이 아들을 키우느라 모질게 살아왔어"라고 설명했다.

60여 년 동안 암매장돼 있던 남편이 햇살을 보게 된 것에 대해 강 할머니는 "나 혼자 좋은 시절을 다 살았지"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나마 강 할머니는 남편의 유해가 확인돼 운이 좋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집단학살로 암매장돼 발굴된 유해 396구 중 강 할머니 처럼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71구 밖에 안된다.

그리고 아직도 제주 곳곳에서 집단학살돼 매장된 시신도 많다. 4.3 유해발굴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