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 위치한 4·3희생자 발굴유해 봉안관에서 ‘제주4·3 행방불명인 발굴유해 영령 봉안식’이 열린 가운데 봉안식에 참석한 한 유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민호 기자

“영면하소서…영면하소서”

쉽게 거둘수 없는 ‘한(限)’이 하염없이 터졌다. 63년전 4·3의 학살광풍에 의해 이유없이 억울하게 스러져간 394위를 모신 제사상에서 그저 유족과 후손들은 눈물을 흘리며 ‘영면’을 되뇌이고, 또 되뇌일 수 밖에 없었다.

26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 위치한 4·3희생자 발굴유해 봉안관에서 ‘제주4·3 행방불명인 발굴유해 영령 봉안식’이 열렸다.

▲ 26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 위치한 4·3희생자 발굴유해 봉안관에서 ‘제주4·3 행방불명인 발굴유해 영령 봉안식’이 열렸다. 박민호 기자

이번 봉안식을 통해 안장된 유해 394구는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유해발굴 사업을 통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당초 396구가 발굴됐고 2구는 유족에게 인계됐다.

봉안식을 주최한 제주4·3희생자 유족회는 봉안식에 앞선 지난 14일 발인제, 하관·봉안제를 치렀다.

유족과 도내 주요 기관단체장, 도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봉안식은 오전 10시 봉안관 내에서 영령 394위를 위한 제례로 시작됐다. 제례가 시작되자 마자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애통·비통함을 토해냈다.

▲ 26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 위치한 4·3희생자 발굴유해 봉안관에서 ‘제주4·3 행방불명인 발굴유해 영령 봉안식’이 열렸다. 박민호 기자

제례가 끝난 뒤 봉안식은 봉안관 야외에서 계속됐다. 불교·기독교·천주교 종교의식과 도내 주요 기관단체장의 조사(弔詞)가 이어졌다.

홍성수 제주4·3희생자 유족회장은 “긴 세월 어디 다녀왔나. 모두 엎드려 통곡하고 있다”면서 “한이 풀리면 정말 다시한번 소리 내 울고 싶다”고 그동안 가슴에 맺힌 한의 무게를 토로했다.

홍 회장은 “유해발굴에 대한 봉안제를 마쳤지만 가슴 한구석이 너무 시리다”며 “이승의 한 풀고 부디 영면하길 빈다. 임들의 한을 풀고 아름다운 평화가 살아 숨쉬는 제주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엄숙히 읖조렸다.

▲ 26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 위치한 4·3희생자 발굴유해 봉안관에서 ‘제주4·3 행방불명인 발굴유해 영령 봉안식’이 열렸다. 박민호 기자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4·3으로 인해 가슴에 묻은 유족들의 눈물을 잊은적 없다”면서 “통한의 세월을 지낸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394위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대림 제주도의회 의장은 “아직 신원을 확인못한 유해들도 곧 유족들을 찾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도의회는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를 통해 행복하고 더불어 사는 제주공동체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성언 제주도교육감은 “영령들이 60여년 맺힌 한을 풀고, 해원과 상생을 기원한다”면서 “4·3역사를 바로잡아 후세에 역사의 진실을 알리겠다.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장정언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또한 “4·3행방불명인들은 그동안 죽음이 드러나지 않은 채 60여년 동안 땅속에 갇혀야 했다”면서 “다시는 이땅에서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 화해와 상생이 넘치는 평화로운 곳으로 만들겠다”며 영면을 빌었다.

▲ 26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 위치한 4·3희생자 발굴유해 봉안관에서 ‘제주4·3 행방불명인 발굴유해 영령 봉안식’이 열렸다. 박민호 기자

한편 제주도는 지난 2006부터 지난해까지 유해발굴 사업을 진행, 유해 396구를 발굴했다. 2006년 1단계 화북지역을 시작으로 2007년 2단계 1차 제주공항 서북측, 2008년 2단계 2차 제주공항 동북측, 2010년 3단계 남원읍 태흥리 지역에서 잇따라 발굴이 진행됐다.

▲ 26일 오전 제주4·3평화공원에 위치한 4·3희생자 발굴유해 봉안관에서 ‘제주4·3 행방불명인 발굴유해 영령 봉안식’이 열린 가운데 봉안식에 참석한 한 유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민호 기자

발굴된 유해 가운데 유전자 감식을 통해 71구가 신원이 확인됐다.

4·3유족회는 장례식에 앞서 제주4·3평화재단 장정언 이사장을 명예장례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추진위원회’을 꾸렸다. 위원회에는 모두 38명의 장례위원들이 참여했다. <제주도민일보 이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