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25 발발직후 제주에서 행해진 예비검속 학살사건과 관련해 국가가 예비검속 희생자 유족에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신숙희 부장판사)는 24일 예비검속 희생자인 고○○씨의 부인과 자녀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원고에게 8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손해배상금은 부인(89)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비롯해 장례비 128만원 등 총 2128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아들(68)과 딸(70)에게도 각 3335만원(위자료 3250만원, 장례비 85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예비검속 희생자인 고○○씨는 지난 1950년 6월28일 의귀출장소 경찰 등에 의해 끌려가 서귀포경찰서로 이송된 뒤 고구마창고에 구금됐다가 7월29일 군 트럭에 실려나간 후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국제공항)에서 총살됐다.

가족들은 당시 정뜨르비행장에서 총살됐다는 소문을 듣고 그때부터 망인의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2월 4.3 유해발굴사업 과정에서 DNA분석을 통해 망인의 신원이 확인되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사실관계에 의하면 소속기관인 경찰 및 군이 적법절차를 무시한 채 망인에게 이 사건 가해행위를 한 다음 사체를 매장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 당사자인 망인 및 그 가족인 원고들이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소멸시효가 지나 소송의 권리가 없다는 피고(국가)의 주장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가해행위는 국가기관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정도의 잘못을 넘어서는 것으로서 그 불법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며 “원고들에 대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할 임무가 있는 국가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방어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사건 발생 60년을 넘긴 시점에서 최근 4.3 유해발굴 사업이 진행되면서 예비검속 희생자들의 신원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판결이어서 향후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한편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해 6월8일 고씨를 비롯한 194명의 예비검속 희생자들에 불법한 절차에 의해 희생됐다고 결정했다. <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