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 지 6년차에 접어든 4.3평화재단이 아직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사 추천·선임을 둘러싸고 이사장-이사들 사이에 불협화음이 일면서 이사회가 온전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4.3이 권력화 되고, 재단은 ‘창조성’을 상실, 깡통 조직이란 말까지 나온다.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재단이 바로 서야 한다. 65주기 위령제를 앞둬 재단이 풀어야 할 숙제를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 암울한 시기 각종 고초를 겪으면 출범시킨 4.3평화재단이 6년차로 접어들었지만 이사 선임을 둘러싼 불협화음, 창의성을 상실한 조직운영, 구성원들의 소명의식의 결여 등으로 아직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제주의소리

[4.3재단 어디로 가고 있나] ③ 정치색 빼기, 기금 모금통한 재정자립 시급

“제주4.3특별법에 따라 제주4.3의 정신을 계승·발전시켜 인류평화의 증진과 인권신장을 도모함으로써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 2008년 10월 출범한 제주4.3평화재단이 존재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6년차로 접어든 4.3평화재단은 목적한 대로 제대로 가고 있는가, 혹여 ‘초심’을 잃고 궤도를 이탈하지는 않았는가.

도민사회의 평가는 냉혹하다. 배가 산으로 가도 한참 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단 4.3이 ‘정치판’으로 얼룩져선 안 된다는 여론이 높다. 재단이 출범하고 난 이후 치러진 2010년 6.2지방선거는 4.3의 분화를 촉진하는 도화선이 됐다. 캠프에 참여했던 몇몇 인사는 이사장으로, 이사(연임)로, 사무처 고위직으로 ‘한 자리’씩 꿰찼다.

폐해는 컸다. 이사회는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느라 단합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사무처 직원들 사이에서도 과거 단체 선·후배가 재단에 채용되는 과정에서 직급이 뒤바뀌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껄끄러운 관계가 형성됐다.

사람과의 관계부터 ‘리셋’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과거 살벌한 시대에 4.3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려 했던 치열함으로 돌아가야 한다.

좌·우 이념 대립 속에서도 어렵게 4.3특별법을 제정하고, 4.3진상조사보고서를 채택하기 위해 ‘화해와 상생’이라는 4.3정신을 놓쳐선 안 된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4.3문제의 완전한 해결이라는 소명 의식을 잃어버려선 안 된다.

인적, 물적으로 허약한 4.3평화재단의 체질 개선은 그 다음이다.

현재 재단의 체질은 허약하기 그지없다. 돈(예산)과 사람(조직) 모두 ‘관’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지난 2007년 제시된 4.3평화재단 설립·운영을 위한 연구용역 최종보고서는 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보고서는 4.3평화재단이 대한민국 과거사 청산의 모범을 보여주는 의미에서 500억원 규모의 기금은 정부가 출연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제시했다. 연간 소요경비가 20억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본데 따른 규모다.

출범 6년차를 맞은 재단의 실상은 어떠한가.

500억원을 목표로 잡았던 기금은 제주도가 출연한 15억원과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이 출연한 2510만원, 이자수입 등을 합쳐 16억원이 조금 넘는다. 자체적으로 발품을 팔아 끌어 모은 기금은 단 한 푼도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단이 ‘돈의 노예’가 되고 있다는 푸념이 나온다.

따라서 재단이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민사회도 적극 도와야 한다. 답은 ‘기금’ 조성이라고 이미 용역을 통해 제시된 상황. 지난 2009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이 자체 모금을 통해 기금을 출연한 사례는 모범으로 꼽힌다.

그래야 매년 예산철만 되면 중앙부처로, 국회로 예산을 구걸(?)하러 다니는 예산전쟁도 끝낼 수 있다.

차제에 이사회도 바로 세워야 한다.

정관에는 이사회를 15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이사장을 포함해 이사가 12명인 점을 감안하면 3명을 더 선임할 수 있다. 최근 이사회에서 완전히 배제돼 단단히 화가 난 유족회를 배려(?)하는 한편 외연을 확대하고, 재단의 공신력을 높이는 차원에서 이사회 구성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5.18단체뿐 아니라 제주4.3, 부산민주화운동 단체, 심지어 민주화교수협의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인사들까지 이사로 참여시켜 공신력을 높이고 있는 광주5.18기념재단의 사례를 좋은 본보기로 삼을 수 있다.

10명에 그치고 있는 사무처 직원의 충원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10명 중에는 사무처장을 포함해 3명이 제주도에서 파견된 공무원이다.

직원들도 4.3정신이 헛되지 않도록 소명의식을 더욱 단단히 다잡아야 한다. “너무 빨리 관료화 됐다”는 지적을 뼛속 깊이 새겨야 한다.

4.3완전 해결을 위한 중추적 기관으로서, 제주도(4.3사업소)와의 업무 재분배 및 단계적 업무 이양 등 관계 정립도 시급히 정리해야 할 과제다.<제주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