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전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원혼소리가 들리는 듯한 4월, 그 비극의 역사가 벌어졌던 현장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제주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이하 4.3 도민연대)는 5일 제주 4.3 61주년을 맞아 '제주도민과 함께 하는 4.3 역사순례'를 가졌다.

▲ 이날 4.3 역사순례에는 아이들과 학부모 등 약 30여명이 참가했다. <미디어제주>

#. "바다에서 고기잡던 죄 없던 어부들이..."

구름한점 없고 바람도 적게불어 봄기운이 만연한 이날 오전 10시 집결지인 제주시 신산공원에 모인 이들은 첫 목적지인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도두봉으로 출발했다. 도두봉은 바다와 인접한 오름으로 경관이 좋고 제주시 도심지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지만 4.3 당시 무고한 10명의 사람들이 학살당한 곳이기도 하다.

"이 곳 도두봉은 봉화를 올리던 곳이기도 했는데 당시 토벌대가 사수동을 시작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자 이곳에서 망을 보던 사람들이 비상나팔을 불어 상황을 알렸죠. 그 소리를 들은 토벌대가 나팔을 분 사람을 찾아 올라왔을 때는 벌써 다 숨어버려서 찾을 수 없었죠. 그러자 토벌대는 숨어있던 마을 주민들과 바다에 고기를 잡으로 나가있던 사람들을 잡아 이 곳에서 총과 칼을 이용해 10명의 사람들을 학살했어요."

▲ 4.3 연구소 출신으로 현재도 4.3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강태권씨가 4.3 당시 도두봉에서 있었던 학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 강태권씨의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는 4.3역사순례 참가자들 <미디어제주>

강태권씨는 도두봉정상에서 보이는 제주국제공항을 내려다보며 다음 목적지인 돔박웃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돔박웃홈은 제주국제공항이 확장공사를 하면서 공항부지로 편입돼 지금은 당시와 지형이 많이 달라요. 하지만 저 지역에서는 당시 도두동에 있던 주민들과 도두동으로 도망친 사람들이 수차례에 걸쳐 학살된 지역이예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학살되서 도대체 얼마나 죽었는지 지금까지도 정확하게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이 돔박옷홈의 경우 공항부지에 위치하기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어 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는 중 잠깐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사람들은 조용히 그곳을 보면서 아직 이 곳에 묻혀 있을지 모를 4.3희생자들을 추모했다.

▲ 강태권씨가 도두봉 정상에서 보이는 4.3 당시 참혹한 학살이 벌어진 돔박웃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음 이들이 도착한 곳은 베염나리 계곡으로 4.3당시 노형동에 거주하던 주민들이 살기 위한 피난처로 숨어들었던 곳이다.

베염나리 계곡은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해 있으며 울창한 산림으로 주변이 서늘해 '뱀이 나올 것 같은 곳'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곳에서는 약 8호에서 10호 정도의 가족들이 4.3당시 숨어들었지만 토벌대에 의해 발견돼 인근에 위치한 누운오름으로 끌러가 학살당했다고 한다.

이 곳에서 강태권씨는 "4.3 당시 사람들이 많이 죽었지만 제주도가 많이 황폐화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4.3 전에는 이 곳이 몇백년 이상된 나무들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계곡 자체도 매우 아름다웠다고 전해지지만 4.3 당시 불탄집들을 짓기 위해 필요했던 많은 목재들을 벌채해 가면서 이 곳을 비롯해 제주도 중산간 지역 등지에서 울창한 산림이 다 황폐화 됐어요"

▲ 강태권씨가 4.3 역사순례 참가자들에게 베염나리 계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 4.3 역사순례에 참가한 한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베염나리 계곡에 대해 들은 이야기를 다시 설명해 주고 있다. <미디어제주>

베염나리 계곡의 순례가 끝난 후 사람들은 제주시 유수암리에 위치한 계속해서 거문덕이 마을과 제주시 봉개동에 위치한 4.3 평화공원 등 을 돌아보며 4.3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4.3에 대한 이해를 높여 나갔다.

#. "듣고 배운 것 보다는 실제로 경험해야..."

이날 4.3역사순례에 아이들과 함께 참가한 제주시 노형동에 거주하는 윤성순(40)씨는 "예전에도 4.3 순례에 참가했었고 이번에 2번째로 아이들과 함께 참석했다고 밝혔다.

"제주도에 살면서 4.3에 대해서는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들의 경우 4.3과 과련된 행사에 많이 참석하게 하고 있어요. 이런 행사들이 많이 있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4.3에 대해 잘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이날 4.3 역사순례를 주최한 4.3 도민연대의 양동윤 공동대표는 "4.3은 학교나 4.3 기념식 같은 곳에서 배우기도 하지만 이런 사건이 실제로 벌어진 곳을 둘러보며 살아있는 경험을 하는 것이 더 좋은 학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4.3 역사순례가 이번에 참가한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4.3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행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4.3 평화공원을 마지막으로 이날 4.3 역사순례를 마친 참가자들은 4.3평화공원에서 간단한 정리의 시간을 가진 후 해산했다. <미디어제주>

<김두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