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희생자를 폭도, 평화공원을 폭도공원으로 불러 제주도민과 유족들이 이선교 목사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이 목사가 2003년부터 4.3특별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진상조사보고서를 폐기하려하는 등 지속적으로 폄훼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는 18일 오전 3시 301호 법정에서 제주4.3희생자유족회 김두연 전 회장 등 100명이 이선교 목사를 상대로 한 2억원 손해배상청구소송 4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4.3진상조사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제민일보 김종민 전 기자(4.3중앙위원회 전문위원)와 육사 출신 나종삼씨가 증인으로 나와 심문이 이뤄졌다.

또한 결심공판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홍성수 4.3유족회장 등 원고 80여명과 김수남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장 등이 참석했고, 김영중 제주도경우회장 등 보수단체에서도 참여해 눈길을 모았다.

김종민 위원은 "제주4.3으로 인해 제주도민 3만명 가까이 희생됐고, '폭도'라는 이름은 반드시 제거해야 할 악마의 대상이 됐었다"며 "또한 유가족은 연좌제로 '폭도가족'으로 대물림이 돼 엄청난 충격과 피해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김 위원은 이선교 목사에 대해서도 "이 목사는 지난 2003년 자신의 집에 사무실을 둔 대책위를 만들어 4.3진상조사보고서 폐기운동을 벌여왔다"며 "2004년 7월에는 4.3특별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내기도 하는 등 지속적으로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은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에도 진상조사보고서가 가짜보고서라고 진정서를 제출해 제주사회에 파문을 일으켰고, 올해 1월10일 외교안보포럼에서는 희생자로 선정된 1만3000여명을 '폭도'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했고, 60주년 위령제를 앞두고서는 중앙일간지에 '광고'까지 하는 등 의도적인 왜곡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목사 측 증인으로 나선 나종삼씨는 "4.3진상조사보고서가 편파적으로 만들어져 몇몇 위원이 사표를 제출했고, 저도 그 중 한사람"이라며 "군경의 주장을 보고서 편찬 전문위원이 대부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이 목사의 외교안보포럼 강연 내용에 대해 나씨는 "강연을 들은 적도 없고, 그 내용도 전혀 모른다"며 "다만 이 목사는 4.3과 관련된 책을 내는 등 4.3과 관련해 상당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진술했다.

나씨는 "이 목사와 최근에 몇차례 만난 적이 있는데 '4.3희생자 1만3000여명 중 일부 무고한 사람도 있다'는 말을 했었다"며"개인적으로도 4.3으로 인해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4차 공판에서 증인 심문 질문내용을 갖고 양측 변호인이 신경전을 벌이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4.3유족을 변호하는 문성윤 변호사는 김 위원을 증인으로 내세워 이 목사가 꾸준히 4.3을 왜곡했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했다.

반면 이 목사 변호인측은 나씨를 통해 4.3진상조사보고서의 잘못된 점을 부각시키고, 이 목사의 발언이 단순 기사일 뿐만 아니라 원고 이름을 거명하지 않아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6월25일 오전 11시30분 결심공판을 할 예정이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