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구술자료 총서 1～4권 발간!」

지금까지 살아진 것이 용헌거라

제주4․3연구소에서는 지난 2004년 ~ 2008년까지 5년 동안 4․3천인증언채록사업을 실시하여 1,028명의 구술 증언을 수집한 바 있습니다. 이 때의 결과물을 제주4․3평화재단의 후원으로『제주 4․3구술자료 총서』로 엮어 출간하였습니다.

먼저 제주시 지역 1,2권, 조천읍․구좌읍지역 3,4권으로 총 4권을 공개합니다.

구술자료 총서 4권에는 구술자 53명(1,2권 제주시 26명/ 3,4권 구좌․조천 27명)의 구술 내용이 편집되어 수록되었습니다.

김인근은 1935년생으로 4·3으로 아버지, 언니, 오빠, 올케, 조카 둘을 잃어 버렸다. 아버지는 고우니모루 저수지에서 총살당해 후에 시신을 처리해 왔으나 오빠는 산에 납치 입산 된 후 토벌대에 잡혀 행방불명 됐다. 언니와 올케는 제주교육대학교 위쪽 논밭에서 총살당했다. 올케의 어린 자식들 역시 총살 현장에서 희생되었으나 시신을 찾지 못한 채 행방불명됐다. 김인근의 어머니 역시 총살 현장에서 일곱 군데의 총상을 입고서도 요행이 목숨을 건졌으나 총상 후유증으로 늘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 85세에 세상을 떠났다. 김인근은 4·3으로 가족들이 희생당하고 어려운 삶을 지내오는 동안 차 소리와 호루라기 소리만 들으면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보이는 등 현재까지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계생은 1921년생으로 대정읍 일과리에서 태어났다. 어린시절은 일본에서 보내고, 동일리 김두만과 결혼하며 제주도에서 살게 되었다. 시댁은 동일리이나 남편과 시아주버니는 약국을 운영하며 제주시 삼도동에서 살았다. 그들에게 닥친 4․3은 남편 김두만과 시아주버니, 그리고 동서까지 빼앗아 갔다. 이계생 역시 군인에게 잡혀가 모진 매를 맞고 골반 뼈가 부서진 상태에서 총살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왔다.

전찬순은 1927년 제주읍 건입리에서 태어났다. 1948년 가을 첫출산 당일에 남편이 군인들에게 끌려갔고 본인은 경찰들에게 구타를 당했다. 이후 형무소에서 환자인 남편을 데려가라는 통보를 받고 대구형무소로 찾아갔지만 남편은 이미 사망한 뒤였다. 남편의 시신을 근처에 다시 안장하고 내려왔지만 그후엔 다시 가지 못하여 시신을 찾을 수 없었다. 힘든 세월을 사회활동을 하면서 이겨냈다. 구타 후유증으로 지금도 고생하고 있다.

한정선 씨는 식사 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남편이 산으로 도피했다는 이유로 삼양지서 유치장에 갇혀 며칠을 굶다가 물 한 모금 마실 수 있다면 당장 죽어도 소원이 없다던 사람, 임신한 몸으로 발가벗겨져 엄동설한의 야외에서 밤새도록 서 있다가 쓰러진 후 무자비한 구타 후에 총살당한 시동서가 그 사람이다.

그뿐이랴 같은 이유로 총살당한 늙은 시부모 그리고 역시 같은 이유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예닐곱 명 동서의 친정 식구들도 불쌍하기는 마찬가지이다.

1권 : 갈치가 갈치꼴랭이 끊어 먹었다 할 수 밖에

2권 : 아무리 어려워도 살자고 하면 사는 법

3권 : 산에서도 무섭고 아래에서도 무섭고 그냥 살려고만

4권 : 지금까지 살아진 것이 용헌거라

많은 증언자들이 성심껏 증언해 주시고, 묻어두었던 아픈 기억을 더듬느라 힘들어 했던 그분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책을 엮는 사이에도 돌아가신 분들의 계셔서 이 사업의 시급성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제주4․3구술자료 총서』는 그동안 제주4․3연구소가 수집된 구술 자료들을 재정리하여 출간하는 사업으로, 앞으로 꾸준히 발간코자 합니다. 4․3의 대중화와 4․3연구의 확대, 피해 실태 규명, 피해자나 유족들의 4․3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