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올레마다 이별이야기가 들립니다. 산으로 바다로 간 후 아직 소식 없는 우리네 형, 누이. 이제나 갈까 저제나 올까 하며 흐른 세월. 먼저 마중 가야 오실 것 같습니다. ‘이제랑 오십서’ 하며 현해탄 보다 임진강 보다 더 깊은 산지앞바당으로 오실님, 우리는 오늘 마중 갑니다.
그해 가을은 이별과 약속의 계절이었습니다. 그리고 2012년 오늘 가을은 재회의 계절입니다.
그해 가을 ‘꼭 살앙 이서이~ 꼭 살앙 다시 만나게~’ 라는 막연(?)한 약속은 죽음과 삶으로 나뉘어져 60갑자를 훌쩍 지나 혼과 백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그처럼 온전하지 못한 우리네 만남은 역시 온전하지 못한 우리나라와 무척 닮았습니다. 4·3의 역사가 온전하게 규명되어야 우리나라도 온전한 하나가 되고, 그 온전한 만남처럼 제주섬도 진정 혼백이 하나로 만나겠지요.
벗들과 함께 종종 떠나는 순례길, 올해는 남다른 여행입니다. 도심 속에서 그날의 기억들을 쫓아갑니다. 주마등처럼 재생되어 트마우마처럼 굳어지는 기억들. 그 슬프고 아픈 기억을 극복하고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억하기 위하여, 얼마 남지 않은 역사의 흔적들을 따라 노래를 나누고, 자신의 몸짓을 나누려 합니다.
순례길에 뵙겠습니다.
2012년 가을에 가객 최상돈 드림
<순례공연단>
협연 : 김도형, 김강곤, 김영태 찬조 : 소리왓, 문석범, 탁영주 창시 : 김수열
<순례길>
신산공원 4·3해원방사탑-삼성혈뒷길-제주농업학교 옛터(토벌대 주둔지)-도립병원 옛 터-조일구락부 옛 건물-관덕정광장(제주경찰서 옛 터, 제주지방법원 옛 터)-제주북교-제주경찰감찰청 옛터-제주신보사 옛터-서북청년회본부 옛 터-인민위원회 사무실 옛 터-9연대 헌병대 옛터-9연대 정보과 옛터-오현중학원 옛터-오현교-산지천-동문통-주정공장 옛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