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회> 임원의 4·3평화재단 이사 인준과 관련 재단이사장의 비상식적 행보에 대한 4·3단체 및 신임개별이사들의 입장
지난해 9월 28일 이사 4명이 임기만료로 물러난 후 새 이사장이 취임하고 이사 선임 여부로 4개월여 만에 인선을 마무리하고 그동안 사실상 ‘반쪽체제’였던 이사회를 정상화하는 자리에서 파행 중이던 4·3평화재단의 해결사로 취임한 신임 ‘김영훈 이사장’은 산적한 평화재단의 문제들과 4·3의 법적, 제도적 해결과제들을 미뤄둔 채 취임 후 처음 주재한 이사회에서 또 다른 파행을 낳는 폭거를 저질렀다.
특히 이러한 이사장의 독단적인 인선드라이브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는 그동안 4·3유족들과 4·3운동진영에 커다란 상처를 주었던 <대한민국재향경우회제주도지부(이하 경우회)>의 임원을 아무런 사전 논의 없이(재단 내부, 이사회) 전격적으로 재단이사회에 선임, 인준시키면서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특히 4·3중앙위원 신분인 당연직 이사가 퇴장하는 상황까지 연출되면서 이루어진 이번 조처는 어떠한 이유에서건 공인으로서의 이사장의 성숙한 권한행사의 범위를 넘어선 폭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경우회>는 퇴직한 경찰공무원 누구나 가입해 친목을 다지는 모임이지만, 그동안 4·3과 관련해서는 4·3유족 및 4·3관련단체들과는 대척점에 선 활동으로 우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해왔던 대표적인 조직이다.
2003년 10월 28일 4·3진상보고서 확정에 대한 반박성명서인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확정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통해 진상조사보고서를 ‘내란을 은폐한 보고서’로 규정하고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고,
2003년 11월 4일 국가폭력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서도 <제주4·3사건 관련 노무현 대통령 사과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반박 성명을 통해 4·3희생자 유족들과 사건으로 인한 도민사회의 피해에 대한 대통령의 공식사과를‘공산무장폭도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찬물을 끼얹었다.
2004년 7월 20일에도 성명서를 내어 군사편찬위원회가 <제주4·3폭동>을 <제주4·3사건>으로 기록한 것에 대해 지적하고,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는 왜곡된 보고서라고 비난하였으며,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사과 역시 잘못된 사과였음을 강력히 성토했다. 동시에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와 4·3사건진상조사보고서>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면서 4·3진상조사보고서가 <제주인민유격대투쟁보고서>의 허위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인바 대통령의 공식사과성명과 진상보고서는 위헌이므로 모두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구건은 2004년 8월 17일 헌법재판소 판결결과 사건 심판청구 각하되었다.
2009년 3월 6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2호 위헌 확인 등>의 건에서 4·3특별법상의 희생자 규정을 들어 수형인과 무장유격대 활동을 한 폭도를 구별해내지 않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및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했다고 주장했고,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자신들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일이며, 평화공원에서 추모하는 것 역시 자신들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청구건은 2010년 11월 25일 심판청구 각하되었다.
이러한 <경우회>는 그동안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도 기존의 입장을 바꾼 바 없으며, 유족들과 4·3운동진영에 대해 사과 한마디 밝힌 적이 없다. 즉, 여전히 <경우회>는 노무현 대통령의 공식사과도 잘못된 것이며,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가 왜곡·편파적으로 작성된 위헌적인 보고서라는 입장, 평화공원 역시 군경희생자들을 욕보이는 시설이라는 입장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우회>의 입장에서 보면 <제주4·3평화재단> 역시 잘못 탄생한 기관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임원을 이사로 추천하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기형적이지만,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4·3평화재단>이다. 재단은 2010년 이들 단체가 제기한 헌법소원이 각하되자 발표한 환영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4·3희생자 및 진상보고서에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어 희생자를 두 번, 세 번 매장하고, 역사의 진실을 왜곡하려는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보여 주는 것”, “이번 결정을 계기로 더 이상 4·3의 역사와 희생자를 폄훼하고, 유족들의 아물어가는 상처를 덧내려는 무모한 시도가 중단되기를 기대한다.”고 했었다.
그러한 재단이 이사장 한 사람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동안의 행태에 대해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는, 재단의 표현대로라면“이념의 잣대를 들이대어 4·3희생자를 두 번 세 번 매장하는 세력”을 소위 “화해와 상생”을 명분으로 이사회에 영입하고자 한 셈이다.
그동안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도입된 특별법 정신을 정면에서 부인해 온 단체의 인사를 받아들이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유족이나 도민들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이상한 논리를 펴면서 “화해와 상생”의 논리를 펴고 있다. 이사장은 또한 “(노무현)대통령이 말로만 4·3에 대해 사과했지 그 이후 화해와 상생을 위한 정부의 제스처가 전혀 없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역사적 공식사과마저 폄훼하는 듯한 발언까지 일삼았다. 대통령의 공식사과 한마디가 60년 동안 맺힌 유족들의 가슴의 한을 풀어줬던, 그가 아니면 이루지 못하였을 역사적인 사과마저 폄훼하면서 도대체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가?
김 이사장의 표현대로 “화해와 상생”은 보수인사 영입에서 이루어진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이사회의 공식적인 논의 한번 없이 처음 열린 회의에서 전격적으로 밀어 붙인 것은 이사장의 권한 남용이며, 독단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평화를 상징하는 재단의 이사장이 평화적이지 못한 독단적 행태를 보이는 것은 이번 일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행보도 걱정스럽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김 이사장의 논리를 비약하면, 앞으로도 헌법소원에 참여했던 보수우익단체들의 대표들을 더 선임해서 가부동수의 이사회가 구성되어야 화해와 상생이 이루어진다는 희극적인 상황까지 연출하겠다는 것인가?
결론적으로 이처럼 이사장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폭거는 철회되어 마땅하지만, 백번 양보해 굳이 <경우회> 출신 인사를 재단이사로 선임하려면 최소한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들의 최소한의 요구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평화재단은 이러한 일련의 입장을 공유할 때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우회>가 그동안 4·3과 관련해 전면적인 부정으로 일관해 온 행보에 대해, 유족과 도민사회에 공식적으로 사과표명을 해야 하며, 또한 노 대통령의 공식사과와 <4·3특별법>의 정신, <4·3사건진상보고서>를 인정하는 공식적인 지지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김영훈 이사장은 그 스스로 개인적이고 자발적으로 “화해와 상생”을 명분으로 <경우회> 인사의 영입을 추진했고, 강력하게 밀어붙여 관철시켰다. 그러므로 진정한 화해와 상생으로 가기 위한 <경우회>의 변화된 모습이 위에 요구한 바와 같이 공식적으로 표명되게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화해와 상생”은커녕 4·3특별법의 정신과 제도를 전면 부정해 온 인사를 이사로 선임해 향후 내부분란의 요소만을 키운 패착이 되고 만다.
우리는 차기 이사회가 열리기 전까지 이 문제에 대한 김영훈 이사장의 공식적인 답변을 요구한다.
만일 이러한 요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경우회> 소속 이사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며, 이번에 독단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영훈 이사장과 배수진을 치면서 인준을 강제한 이성찬 상임이사에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