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 식전행사의 합창곡으로 불려지기로 했던 ‘잠들지 않는 남도’와 ‘애기동백꽃의 노래’가 사전 예고도 없이 제외됐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해명을 하는 기관이 없다.
애초 ‘잠들지 않는 남도’와 ‘애기동백꽃의 노래’ 등 2곡은 지난 3월 18일 제주4‧3실무위원회가 결정했고, 지난 3월 27일 제주도는 관련 기관‧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제주4‧3희생자추념식 준비상황 최종보고회 때 합창단 합창곡으로 선정된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들 노래는 제외됐고, 그 자리에 4‧3희생자 추념과는 아무런 관계없는 ‘그리운 마음’이 들어갔다. 이에 대해 행정자치부 제주4‧3처리과는 “두 곡은 널리 알려진 게 아니고, ‘행사 분위기에 맞게 많은 사람들이 아는 가곡이 어떻겠느냐’고 주관하는 제주도에 의견을 전달했다. 그런 차원일 뿐이지 다른 의미는 없다”고 했다고 한다.
행자부는 이들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 아는가. 가수 안치환이 1988년 만든 ‘잠들지 않는 남도’와 제주의 민중가수 최상돈이 만든 ‘애기동백꽃의 노래’는 4‧3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곡들이다. 4‧3 때는 많은 이들이 이들 노래를 부른다. 행자부가 이 노래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는 주장은, 무지의 소치다. 행자부는 자신들이 선정한 노래가 4‧3추모와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하는가.
추념식 본행사도 아닌 식전행사에서 불려질 노래에까지 행자부의 압력이 가해졌다는 것을 보며 우리는 분노를 느낀다. 4‧3희생자추념식이 이런 중앙정부의 압력을 받자고 지정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4‧3노래 선곡과 관련해 제주4‧3실무위원회가 결정하고, 제주도가 최종보고회 때 결정한사항을 뒤집은 행자부는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2. 제주도는 이들 노래가 제외된 부분에 대해 명확히 해명해야 하고, 사과해야 한다. 행자부가 노래 변경을 요구하더라도 이미 결정된 사항에 대해 아무런 사전 설명 없이 변경한 제주도의 관료주의적 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
3. 4‧3이 오늘 이 정도만이라도 세상에 드러난 것은 정부와 제주도의 노력이 아니다. 4‧3 이후 오랜 세월 기억투쟁을 벌여온 유족들과 도민들의 투쟁의 산물이다. 행자부와 제주도는 4‧3희생자추념식이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위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