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편찬위원회는 지난 8월 31일, 2014년부터 고등학교 현장에서 사용될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한 최종 검정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 중 논란의 중점에 서 있는 교학사 교과서는 최근 역사학자들이 집중 분석 결과 사실 오류나 왜곡, 과장, 축소, 누락, 편파해석, 용어혼동 등 중요한 잘못만 298군데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중 4․3사건에 대한 서술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은폐와 축소를 넘어 오류와 편향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그런데 교학사는 이번 교과서 외에도 올해 4월 29일에 출간한 ‘한국사 대사전(총 10권)’에서 4․3사건을 ‘폭동’으로 규정하는 등 많은 오류를 자행했다. 이러한 행위는 묵과할 수 없는 것으로, 지난 2003년 정부가 4․3사건에 대해 ‘진상조사 보고서’를 발행하고,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사과한 후 제주도민과 유족들이 서로 아픈 가슴을 부여안고 치유해나가는 과정에 찬물을 끼얹는 짓이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그 동안의 아픔을 누르고 4․3사건이 우리에게 남긴 교훈, 즉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전 세계에 일깨워야 한다는 가르침을 학교 현장에서, 혹은 평화의 섬 제주에서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이번 교학사의 교과서와 대사전은 이러한 제주도민과 4․3유족들의 노력을 일거에 무용지물로 만드는 행위이기에 교육부는 교과서의 검정을 취소하고, 대사전은 폐기조치토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선 교과서의 문제를 보자. 교과서 305쪽은 제주4․3사건을 이렇게 서술했다.
“1948년 5․10 총선거가 결정되었다. 이에 남조선 노동당이 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남한에서의 단독 총선을 거부하도록 지시하면서 파업과 시위가 이어졌다. 제주도에서는 4월 3일 남로당 주도로 총선거에 반대하는 봉기를 일으켜 경찰서와 공공 기관을 습격하였다. 이때 많은 경찰들과 우익인사들이 살해당하였다.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는 무고한 양민의 희생도 초래되었다.”
그런데 <4․3특별법>은 제주4․3사건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1947년 3월 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4․3특별법>은 화해와 상생을 지향하는 인권법이다. 때문에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은 아주 중요한 분분이다. 그런데 교과서는 국가 폭력피해자, 자세히 말하면 4·3사건 당시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서술이 거의 없고, 있다 해도 주어 없이 두루뭉수리로 서술돼 국가폭력을 은폐하고 있다.
그리고 <4․3특별법>에 나타나 있듯이 제주4․3사건은 1947년 3․1절 발포사건에 이은 경찰의 도민 탄압, 제주도 남노당의 무장봉기, 군경토벌대의 유혈진압과 민간인 학살로 이어진 복잡한 사건이다. 그런데 교과서는 제주도 남노당의 무장봉기만을 강조하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하고 있다.
다음으로, <한국사 대사전>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우선 대사전은 제주4․3사건을 ‘폭동’으로 규정한다.
“1948년 4월 3일 제주도 전역에서 남조선 노동당 계열의 민간유격대들이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하여 일으킨 폭동사건”
그리고 대사전은 1947년 3․1절 발포사건과 다음해 4월 3일 민간유격대가 일으킨 폭동사건을 설명하고 나서, 군경토벌대의 토벌작전과 그 결과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에 미군정청은 진압작전에 나서, 1949년 5월까지 극소수의 잔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멸하였다. 토벌대측 발표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폭도 사살 약 8천, 포로 약 7천, 귀순 약 2천, 군경 전사 209, 부상 142, 이재민 9만, 민간 사상자 3만 등의 희생자가 발생하였다고 하였다.”
대사전의 위와 같은 희생자 수치는 2003년에 발표된 정부의 <제주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와도 다르다. 보고서는 4․3 기간 무장세력의 숫자가 500명이 넘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대사전은 어떤 자료를 인용했는지 모르겠으나 무장세력만도 1만7천 명으로 표기하는 등 제주도가 온통 빨갱이 섬이어서 무차별 토벌하고, 학살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과정에서 민간인 사상자 3만 명이 생긴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제주도민들과 유족이 감내하라는 늬앙스를 풍기고 있다.
교학사 교과서와 대사전의 이러한 제주4․3사건 왜곡의 심각성에 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심각한 역사왜곡과 그릇된 역사인식에 기초한 교학사 교과서는 몇 가지 사실만을 바로잡는 것으론 부족하다. 교육부는 즉각 검정 합격을 취소하라!
둘째, 정부의 <4․3사건 진상조사 보고서>를 무시하고 4․3사건을 ‘폭동’으로 규정한 교학사 대사전은 즉각 파기하라!
셋째,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교학사 교과서가 제주도내는 물론 전국 학교 현장에서 채택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하라!